요즘 아주 흥미롭고 만족스럽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어서 소개해드리려합니다. 엄청난 스타가 나온 드라마도 아닌, 드라마다운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력 등 드라마가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면서도 대중의 흥미나 이슈, 그리고 시청률까지도 완만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작품입니다. 바로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라는 작품입니다. 정말 드라마가 가지는 본질과 재미 모두 만족시킵니다.
2017년 10월 9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이글을 쓰는 현재 10화까지 방영되었고, 총 16부작으로 편성된 드라마입니다. 수지가 나오는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흥미로운 설정으로 매주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드라마 자체의 매력을 따지고 보면 [tvN의 이번생은 처음이라]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주목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정말 공감이 가게 잘 드라마 속에 녹여놓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 결혼]
드라마란, 사회현실에 따라 인간의 군상을 파고드는 분야라고 합니다.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정확히 2017년 대한민국 청년세대를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키워드로 정리하면, [동거가 계약으로] , [취업포기가 스타트업창업으로] , [자유연애가 계약연애로] 우리도 모르게 정착하고 있습니다. 1인가구와 개인주의가 가속화되면서 이렇게 청년좌절의 현실을 꿰뚫는 드라마는 처음입니다. 이것이 우리 청년세대의 현실입니다.
드라마 속 캐릭터 분석
1) 좌대출우고양이라는 별명을 가진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 이민기와 글쓰는 것이 즐거워서 무작정 보조 작가로 시작한 순진한 정소민. 어쩌다 보니 이민기는 월세 수입이 필요했고, 정소민은 서울에서 안전한 자신만의 보금자리인 방한칸이 필요했습니다. 그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그들은 계약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결혼전에는 미처 예측못했던 가족행사 등에 동원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게 됩니다.
현실을 이야기하면, 결혼이라는 제도는 과거, 집안과 집안의 결합(?), 사랑의 결실인 아이의 탄생(?) 등의 의미부여 이전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라는 냉혹한 환경에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줄 누군가를 찾는 과정이 발전해서 하나의 제도로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매우 이성적인 접근을 해봅니다. 외롭게 혼자사는 것 보다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유리했기에 결혼이 가능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는 어떤가요? 과연 행복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2017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결혼적령기 모든 청년세대들은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할까요?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는 그러한 답변을 드라마라는 시각화된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집주인 이민기에게 월세 수입도 주면서 집안의 결혼압박에서 해방시켜줄 정소민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결혼의 목적]의 다양화
2) 성공한 소개팅앱 업체대표인 박병은과 대기업이라는 혹독한 경쟁사회에서 성희롱을 감내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이솜. 이들 또한 이민기&정소민 커플 처럼 [계약 연애]를 시작합니다. 남녀사이에 성관계라는 행위자체가 여자가 불리하다라는 걸 뒤집은 새로운 형태의 연애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둘의 관계는 여자가 주도하는 연애 관계이니까요. 드라마를 보시면 우리사회가 처한 여러가지 상황이 한눈에 보여지게 됩니다.
외근시에 브래지어를 벗고 돌아다니는 이솜이란 캐릭터는 현재 대기업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래지어는 그러한 억압된 여성성의 굴레를 의미하는 상징물과도 같은 것이고, 그걸 가지고 성희롱을 일삼는 남자 직장 동료를 2017년 현재 사라져야할 구태이자. 악습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남녀차별도 많고, 여성에 의한 남자의 역차별도 많습니다.)
경쟁사회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성차별보다는 능력(권력) 차이에서 오는 차별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상대적으로 표면적으로 남성의 권력이 더 많아보여서 그렇지, 여성 권력자로 인한 남성들의 차별대우도 그 심각성은 여성보다 더 심각합니다. (왜냐면 공개할 수 없는 사회적인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순간, 병x 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자체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죠.
3) 돈도 안되는 앱 개발사 대표였다가 7년차 여자친구의 결혼압박에 시달리는 남자. 주변에서 아주 쉽게 눈에 보이는 현실 커플이 김민석&김가은 커플일 것 같습니다. 서로의 사랑은 수천번 확인하였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끝내는 서로 헤어지고 마는 우리시대의 전형적인 커플. [결혼은 결혼적령기에 연애하는 조건 맞는 이성과 하는 것]이라는 공식을 잘 보여주는 커플입니다. ㅠ..ㅠ
솔직히 연애 3년차부터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시점을 그냥 지나가버리게 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사소한 문제가 화근이 되어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보통 7년차 커플은 결혼식과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사실혼관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여기서 아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혼인신고를 하게 되는 코스이기도 하지요. 과거 우리의 부모세대에서는 은근히 흔했고, 리마인드웨딩의 바탕이기도 함
아무튼 3커플 모두 저마다의 굴곡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커플이라면 3커플 중 하나의 유형에 속하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솔직히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이 말은 베짱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입니다. 너를 이해한다. 너 맘 다 안다. 이딴 사탕발림 이야기보다도 따뜻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또한 결혼하지 못한 남자 중 하나인데, 결혼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머리속은 복잡해지고.. 여자를 만나도 책임질 행동을 하지 않으려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잃을 것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생각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이용한 시장형성 중)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어제를 살아봤다고, 오늘을 다 아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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